대림상가 – 버파찾아 삼만리 시즌1 종료 –

미치도록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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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파3TB 기판…

그러나 출시된지 20년이나 된 시점에서, 그것도 오락실들이 거의 문을 닫은 이 시점에서 버파3TB는 고대의 유물과도 같았다.
물론 더블드래곤이라던지 보글보글이라던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출시된 기판들도 있지만, 국내 수입된 수량에서 버파3는 훨씬 양이 적기 때문에 구하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버파3 찾아 삼만리, 오늘은 그 대장정의 마지막으로 ‘대림상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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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가들이 모인 종로거리.
과거 궁궐에 물품을 납품했던 육의전 상점의 후손들이랄까?

7년전 종로에서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에는 물건 배달 심부름을 하러 종로 거리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오늘은 오직 나의 필요로 인해 이 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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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대한민국 오락실에 기기들을 공급했던 대표적인 상가 ‘대림상가’

세운상가 앞은 수없이 지나쳤지만, 그 바로 뒤로 대림상가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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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유통 전자상가와 같은 구조. 여기에도 활발하게 제작되어 유통되는 기기는 lcd화면을 쓴 얇은 기통에 월광보합 or 판도라 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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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복도를 따라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진 상점들의 행렬.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를 때.. 블로그에서 봤던 ‘삼덕사’라는 곳에 찾아갔다.

이 곳은 기판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게임기 관련 부품을 다루는 곳이었는데,
나는 대림상가는 첫 방문이고, 단지 삼덕사가 유명해서 찾아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에게 기판 사려면 어디를 가야 할 지 여쭤보았다.
몇 군데를 추천해주셔서 지도를 보고; 그 가게를 찾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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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지날 때마다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반가운 기기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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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전자를 찾아 갔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른 블로그를 봐도 여기 사장님이 부재중이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글이 있었다.

 

중간에 기판을 다루는 가게 하나를 들렀는데, 아쉽게도 이곳에도 버파3는 없었다.
그런데 버파2를 물어보니, 기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어제 나갔다는 것이다. OTL

버파2도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드물게나마 매물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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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다루는 곳을 찾아 돌아서는데, 일반 에뮬게임기랑 다른 게임기를 발견!
아이콘은 버추어파이터 1인데, 커서를 옮겨보면 프리뷰 화면으로 버파3TB버젼이 나온다!

아쉽게도 시작버튼이 눌러지지 않아서, 게임을 테스트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것도 기판이 아니라, 모델3 에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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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창가로 가보니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3층, 4층에도 올라가보았지만 게임기를 취급하는 곳은 잘 보이지 않았다.

대림상가에서도 정녕 버파3 기판은 못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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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순간.. 복도와 복도 사이의 낀 상점이 보였다.
내 앞에 한 손님이 미리 와 있었는데, 무려 나오미2 기판을 들고 의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곳곳에 놓인 고전게임 기판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다! 싶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버파3 기판 문의를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버파3 기판은 없다는 말을 듣고, 기판을 다루는 다른 가게를 추천받았다.

 

‘현우전자’, 여기가 나의 마지막 방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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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전자에 도착하니 사장님께서 열심히 작업중이셨다.
인사를 드리고, 버파3 기판을 문의하니,

사장님은 작업하시던 곳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고, 단호하게 “이젠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떻게 저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다른 곳은 대개 “아마.. 구하기 힘들 겁니다.” 혹은 “제가 구하게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도인데,

이곳은 단호하게 “없을 것이다.”라고 확실하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기판 매물이 없게 되었는지 여쭤보고 몇 마디를 더 나누게 되었는데,
이 ‘대화’로 인해 비로소 나는 기판 찾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포기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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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화냐면…

“2000년도 초반 전국을 휩쓴 PC방 열풍으로 오락실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오락실의 기판들은 갈 곳을 잃었고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해 일부는 중국으로 수출되었고, 나머지는 대림상가 등 전자상가로 되돌아 왔다. 당시 버파3 매물이 많이 있을 때에는 지금처럼 찾는 사람이 적었고, 큰 부피와 무거운 버파3기판은 점차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기판들을 수거해서 kg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리고나서 남은 기판들은 소수 매니아들이 구입을 해갔고, 더 이상 매입은 되지 않으니, 앞으로 버파3 기판은 없을 것이다.”

대화 중에 내 귀를 의심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버파3 기판이 kg당 ‘고철’ 가격으로 수거되었다는 것이다.

십수년전으로 거슬러 간 이야기지만, 지금은 오아시스에서 없는 물을 찾는 상황인데, 분명히 물이 남아 돌아서 버렸던 시절이 존재했던 것이다.

 

왜 난 이제와서야 버파3 기판을 찾아 헤매느라 이 고생을 하는걸까?

그동안 버파3 기판을 찾기 위해 굽신굽신 거렸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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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10일, 루리웹에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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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11일, 버파3 맥시멈배틀 세계 2위 조학동 기자님에게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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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17일, 지인과 함께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 방문. (죄없는 고로에게 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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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24일, 구닥동에 무릎꿇고 정보 구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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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파3 찾아 구닥동 주최 레트로장터에 셀러로 참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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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30일, 대림상가에 무릎꿇고 정보 구걸함

 

 

 

그런데…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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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자신의 몸을 던져 루갈.. 아니 듀랄이 된 버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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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은 버파3의 행방이 이거라니..

결국 포기인가? 포기다.

 

 

이로써 ‘버파찾아 삼만리 시즌1’, 오프라인에서 버파3tb 기판찾기는 종료한다.
그러나 기판 찾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옥션이나 중고장터를 뒤적거릴 것이며 개인소장하신 분들에게 판매 혹은 기증하시라고 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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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