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루이다 – 버파3 찾다가 장터 판매자 된 이야기

MSX, 메가드라이브, 패미컴, 슈퍼패미컴, 새턴, 플스, 드림캐스트, 원드스완, 게임보이..

이 단어들이 익숙하고, 가슴이 뛰던 시절의 추억이 있다면 당신도 게임 마니아!
그 추억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레트로 게임 동호회 ‘구닥동’

 

KakaoTalk_20180121_212223513

2018년 1월 21일 (롯데마트 양평점 1층), 고전 게임기 동호회 ‘구닥동’ 주최 레트로장터가 열리는 날이다.

게임기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보물’을 사고 파는 정말 깊고 진한 만남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모인 분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은 ‘게임바보’랄까? 게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일정한 취미생활 수준 이상의 경지에 이른 포스가 느껴진다.

IMG_7213

나도 게임을 좋아한다지만 이들에 비하면 평범한 인간계의 쪼렙 뉴비에 불과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천상계 만렙들의 모임 레트로 장터에 참가했고, 아내와 나는 인형을 팔았다. 무림고수들이 저마다의 어마어마한 무기들을 파는데, 꼬마 아이가 자신의 새총을 파는 격이다. 과감하게 틈새시장을 노려본 것이다. 아니 실은 노렸다기보다는 내놓을 물건이 인형밖에 없었지만..;; 아무튼인형을 언젠가 처분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장터에 셀러로 참가하는 기회가 주어졌고, “얼마나 팔리겠어?” 했던 인형이.. 준비해 간 124개중 3마리 남기고 모두 팔았다.

IMG_7214

▲ 만선의 꿈!.. 아니 완판의 꿈을 안고서… 장터 가게 세팅중. 저 카트로 3번정도 날랐다.

IMG_7242

▲ 장터 파장. 정든 인형을 거의 처분하고..

평온하고 평범했던 내 삶에 어떻게 이런 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이 모든 것은 버파3 덕분이다.

320px-Virtuafighter3_title

▲ 난 또 왜?

 

지금 수소문하며 찾고 있는 버파3tb 기판이 엄청 구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갖고 싶었다. 그래서 격하게 찾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한발짝 더 안으로 들어가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에 가봐도 아마 구하지 못할거라는 대답뿐이다. 그러다가 ‘구닥동’을 알게 되고, 구닥동에서 장터를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버파3를 구하거나, 아니면 버파3를 구할 수 있는 분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것이다.

 

vf3plz

▲ 도와줘요 구닥동!

 

과연 구했을까?

IMG_7238

오예~! 구했다! 그것도 3,000원에. 그러나 이것은 다운이식판인 드림캐스트용 버파3tb다. 15,000원짜리 미개봉판도 있었는데, 나는 사용감 많은 3,000원짜리를 선택했다. ㅠㅠ 아직 버파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부족한 나.. 그리고.. 기판은 없었다… OTL

 

그러나 헛그물만 내린 것은 아니다. 버파3 세계대회 2위에 빛나는 이게라우(조학동님, 현직 기자)님을 뵐 수 있었다.

igelau

▲ 조학동님. 20년 전 사진.

20년의 시간을 넘어 만나뵌 조학동님은 키도 크고 실물이 훨씬 미남이셨다. 이분에게 전에 버파3tb 구한다고 메일로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 구하고 있다는 눈치를 줬다. 또한 나중에 버파3가 가동되는 추억의 오락실을 열게 되면 초청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나같은 쪼렙이 어떻게 천상계 만렙고수에게 이런 말을 섞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얼마 남지 않은 게임 마니아들간의 의리 덕분이리라.

chu20140507152447_I_01_C_1_59_20140507162304

아무튼 그렇게 나는 버파3tb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장터에 참여한 목적은 이처럼 버파3를 구하는 것이었지만, 셀러로 참가하면서부터 뭐라도 팔아야 되는 입장이 되었다. 무엇을 팔아야 할까? 하는 고민할 틈도 없이 나는 아내와 함께 집구석에 쌓인 인형을 포장하고 있었다.

26907532_1664888363555109_5142822796032460360_n

▲ 추억이 깃든 인형들, 새주인 만나기 위해 하나 하나 단장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냥 인형만 팔면 재미없기 때문에 가게의 컨셉을 잡기로 했다. 드래곤퀘스트3의 ‘루이다 주점’이다.

 

DragonQuestIII-1

▲ 드래곤퀘스트 3 ‘그리고 전설로’

26814470_1664903763553569_3881142260910320224_n

▲ 드퀘3, 앞으로 펼쳐질 기나 긴 여정은 주인공의 마을 아리아한의 위치한 루이다 주점에서 시작된다.

 

Untitled-1

Untitled-2

▲ 만화 로토의 문장에 나온 ‘루이다주점’. 드퀘3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만화 로토의 문장에 등장한 루이다주점에서는 드퀘3에서 활약한 용사일행의 그림(아마도 엔딩 이후 모습인 듯)이 걸려 있다. 드퀘1을 제외하고 드퀘시리즈에는 항상 동료들이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 아무리 강한 용자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마왕을 상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akaoTalk_20180121_212222058

▲ 루이다 주점을 패러디한 ‘루이다 카페’, “동료를 만나고 헤어지는 곳입니다.”

루이다 주점. 이곳은 동료를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이다. 우리는 가게명을 ‘카페 루이다’로 정하고, 수많은 인형중에 자신의 동료를 선택한다는 컨셉을 잡았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피카츄! 너로 정했다!”라든지, 원피스의 “너! 내 동료가 돼라”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icu

▲ 피카츄! 나의 승리를 위한 희생의 제물로 너로 정했다!

maxresdefault

▲ “동료가 돼라!” (근데 뭔가 무섭… 이 장면은 드퀘 공인 드라마 ‘용자 요시히코’에서 원피스를 패러디한 장면)

 

다행히 우리 가게의 컨셉을 알아본 사람들이 일부 있었고, “동료를 만나고 헤어지는 곳입니다.”라는 안내문구를 읽으며 컨셉을 이해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쪼록 우리가 인형만 팔아먹으려는 속물(?)이 아니라, 게임을 알고 즐기고 나누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했다.

 

IMG_7217

▲ 장터 하루 전날 세팅을 미리 마치고.

 

게임에 대한 열정은 나중에 추억의 오락실에서 하얗게 불태우기로하고, 나는 일단 인형이 많이 팔려서 행복했다. (속물 맞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