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파3를 찾아서 |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 탐방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그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파 BGM을 소개해본다.

VF2 아키라 테마 “Ride the tiger”

버파2 마지막 대전상대 아키라(주인공)의 테마 BGM이다. Ride the tiger라는 제목답게 엄청 경쾌한 음악으로, 아키라에게 엄청 두들겨 맞으면서 계속 이어서 하다보면 은근 도전의식이 생기게 하는 그런 음악이랄까?

 

자, 호랑이 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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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 기판을 구하려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로 향했다. 원래는 종로 대림상가로 가려했지만, 도중에 영등포 근처에 사는 옛 동료가 버파3 기판 원정 이야기를 듣고, 파티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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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기를 다루는 2, 3층

상가에 들어서니 상당히 오래된 건물로.. 90년대? 아니 80년대쯤으로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굉장이 한산한 곳이지만, 90년대에는 대림상가와 더불어 전국 오락실 게임기를 유통했던 문명의 젖줄? 그쯤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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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본기기인 월광보합과 판도라박스

얇은 lcd모니터와 에뮬레이터를 사용한 합본게임기들이 보인다. PC에서 조이스틱을 사용하여 과거 오락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렇게 과거 오락기 형태가 주는 설렘은 따라가지 못한다.

과거에는 커다란 브라운관 그리고 1기판에 1게임이었기 때문에 게임기 하나가 차지하는 부피가 굉장히 컸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작고 가벼운 무게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진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 초보들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과거 게임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은 미세한 차이를 느낀다. 그것은 미세한 입력딜레이와 프레임 저하다. 이 미세한 차이가 앞에 설명한 장점을 다 엎어버리고 남는다. 그래서 매니아들은 기판으로 회귀한다.

위 내용은 합본게임을 플레이 하기 전의 생각이다. 마침 무료 플레이 가능한 기기가 있었다. 직접 해본 소감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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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COM, ‘뱀파이어 세이버’ 플레이중인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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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K, KOF 98 플레이중인 필자. 클래식쿄의 농차 콤보가 들어갔다.

 

어? 그럭저럭 할만한데? 그래도 버파3는 안될 것이다. 월광보합이랑 판도라박스에 철권은 있어도 버파는 없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버파 기판있나요?

다른 게임들이 합본기기로 돌아간다고 해도 버파는 오직 기판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버파 기판을 찾아 떠났고, 한 상점으로 들어갔다.

“혹시 기판도 다루시나요? 버파3 기판 구하는 중입니다.”

버파3 이야기를 듣자 사장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버파 3를 구하러 들렀었지만, 이미 국내에 버파3 기판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대신에 버파3가 포함된 합본기기가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셨다.

“합본기기에 버파3라니.. 이럴 수가.. 그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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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파3 기기 시연중인 사장님 “응 가능해. 실화임.” / 사장님 동의를 구하고 촬영했습니다.

 

시중유통되는 합본기기는 사양이 낮아서 버파3는 구동불가하지만, 특수제작된 합본기기로는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보여주셨다.

부팅화면을 보니 윈도우 기반의 에뮬이다. 어떤 에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곧 이어 화면에 뜬 것은 버파3TB였다. 내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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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드림캐스트 에뮬은 아니고, 모델 3 에뮬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다. 아키라 승리포즈에서 손 부위가 좀 부자연스러운 것을 빼고는 괜찮은 편이었다. 중요한 것은 초당 프레임인데.. 아무래도 부드럽지는 않았다. 이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버파2도 있어서 플레이해보았는데.. 버파2는 프레임이 더 떨어졌다. 이럴 수가 데스크탑의 모델2 에뮬보다 프레임이 더 떨어지다니.. 이건 문제였다.

▲ 버파3TB, 버파2 구동시연

 

프레임문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기판을 도무지 구하지 못한다면 취할 수 있는 선택중의 하나로 남겨두기로 했다. 프레임은 PC 사양을 좀 더 높이고 설정을 통해서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버파3가 구동가능한 합본기기, 그것도 32인치 대형화면에 특수 제작된 게임기기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쾌적하게 버파3를 즐기려면 1기기에 플레이어 두 명이 붙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2기기에 서로 마주보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이 심리적으로도 게임에 직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사양과 환경을 만족시키려면, 기기 2개 1조에 게임전용컴퓨터 포함해서 대략 160만원이 든다고 했다. 다른 게임도 들어있으니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

기판이라면 어떨까? 기판 구하는 것이 힘들지만, 만약 구한다고 할 때 기판을 현재 30만원에 구입하고, 50만원씩하는 기통을 2개 제작한다면 총 130만원이 든다. 그래도 완벽하게 버파를 즐기려면 역시 기판이다. ㅠㅠ

….

 

 

혹시 기판을 구할 수는 없을까? 3층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 3시 방문이었는데,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가게에 들어서 버파 기판을 문의하자, 사장님은 좁은 복도를 이리저리 지나 우리를 다른 상점으로 안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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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이투어랜드, 두 번째로 방문한 상점

 

이 곳 사장님은 홈페이지랑 블로그도 운영중이셨다. 추억의 오락실을 만들기 위해 메인 아이템인 버파 3기판을 찾는다고 하니 자신의 정보통을 활용해서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참 다행이고 감사했다. 이쪽 업계에 계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게임 좋아하는 마음을 알고 계시는 듯 했다. 나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기판을 구하다가 못찾아서 꿩대신 닭으로 합본기기를 구했는데, 시중에 기판이 있었다고 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그런데 업계에 계신분이 찾다가 못찾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합본기기를 이용하면 될 일이고, 혹시나 찾으면 더할 나위없이 기쁜 일이다.

집에 돌아와서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수소문 끝에 기판을 찾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버파2인지 버파3인지 확인이 안되고 월요일쯤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통을 짜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하면 한 기기에 70만원씩.. 기판 가격은 최소 30만원 이상이라서.. 역시 이쪽도 가격은 170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그리고 버파3 팀배틀버젼이 아닌.. 그 이전 1:1 버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오리지널에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이 고대의 유물로 학창시절의 꿈, 도전, 열정, 땀과 눈물이 녹아 든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